지역사회와 조직은 모두 개인, 가족 및 소집단과 같은 미시적 체계와는 대조되는 거시적 체계이다. 이 두 체계는 모두가 사회와 소집단들간의 중간매체로서 그 안에서 긴밀한 감정적 교류들이 일어나고 있다. 지역사회는 주로 감정과 정서에 의해 함께 뭉쳐져 있으며, 조직은 보통 공식적 계약에 의해 형식화되고 합리적인 규칙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는 지역사회의 가족이라는 조직속에서 태어나서, 학교라는 조직에 의하여 교육받고 지역사회라는 조직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살아간다. 그러므로 거의 모든 학문분야와 전문분야에서 지역사회는 주요 관심분야가 되고 있다. 지역사회는 개인에게 문화의 대표자 노릇을 하며, 그 자격으로 개인을 형성하고, 개인은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그의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개인의 의지에 종속된다. 여기서 개인과 지역사회는 서로에게 가족, 소집단 및 조직이라는 매체를 통해 영향을 주고 또 받게 되는 것이다.
조직에 대해서는 지난주제에서 설명하였으므로 여기에서는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지역사회의 유형, 지역사회의 기능에 대해서 알아봄으로 지역사회와의 관계에서 인간행동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고자 한다.
지역사회의 유형
지역사회란
지역사회(community)는 지역공동체(human community)라고도 풀이하는데, 이 말은 인구·생태학 등과 같이 생물학적 용어에서 빌어 온 말이다. 그 기본 뜻은 생물의 어떤 종이 지역적 또는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한데 모여 생활하는 모습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회행태학에서도 인간의 삶의 지역성·공간성을 띤 측면에서 다룰 때, 이 지역사회라는 말을 사용한다. 물론 인간의 공동생활은 생물학적인 삶에 그치지 않고 문화, 동일시, 그리고 상호작용을 통한 공동생활의 맥락에서 이루어진다. 지역사회는 한 지역적 테두리에서 모여 사회조직을 이루고 문화를 공유하며, 그 공동체에 대한 일체감을 지니는 삶의 터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로스(Ross,1967)는 지역사회를 지리적 지역사회(geographic community)와 기능적 지역사회(functional community)의 두 유형으로 구분했다. 첫째, 지리적 지역사회는 일정한 지리적 영역내에 살고 있는 모든 주민을 포함한다.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은 가까운 지역에 함께 살고 있다. 그러나 산업의 발달로 인해 인구이동이 심해지면서 지역사회의 범위도 점차 확대되고 따라서 이러한 개념은 변화되고 있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서는 읍이나 시같은 큰 단위의 지역도 어떤 의미에서 하나의 지역사회로 정의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큰 단위의 지역사회는 보다 작은 여러 지역사회를 포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그리고 종교적 집단으로 분리되어 있는 동시에 중복되어 있는 복잡성을 띠고 있다.
둘째로, 기능적 지역사회는 동일한 관심을 가진 주민들로 구성된 공동체이다. 이 공동체는 합의성, 일체감, 공동생활양식 및 가치, 그리고 공동노력이 강조된다. 정당, 교회, 또는 전문적 단체 등이 그 예이다. 사람들은 규칙적으로 만나지는 않지만 지역공동체와 관련된 특정주제에 관한 관심이 지역사회를 형성케 하고 유지케 한다.
마키버(Maclver,1930)는 지역사회의 특징을 지역의 특정범위, 공통된 사회적 특징, 공동감정 등을 들고 있다. 지역사회는 항상 특정한 지역, 즉 다른 지역과 분리될 수 있어야 하고, 성원은 그 안에서 정주함으로서 상호간에 강한 연대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 연대의식이 동일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의 공동생활의 기초가 된다. 공동생활의 결과로 인해 사람들은 공통의 습관, 전통, 사회적 관념 등을 갖게 되며, 이러한 생활양식은 그들이 함께 살아갈 요소이자 곧 문화가 된다.
그러나 워렌(Warren)은 현대 사회는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지역사회 개념에 혼란이 왔다고 전제하고, 지역사회에 대한 새로운 개념정립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지역사회란 지리적 면과 심리적인 면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는데, 심리적인 면에서의 지역사회란 사람들이 공동감정,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생활양식을 의미하고, 지리적인 면에서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생활하는 특정지역을 의미하고, 사회적으로는 이 두가지 면이 결합된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이론들을 종합해보면 지역사회란, 다른 지역과 구별될 수 있는 독립적인 일정한 지역에 모여 살면서(지리적 공동),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의 생활에 도움을 주며(생활의 공동), 같은 전통, 관습 및 규범, 그리고 가치 등을 공유하는 공동체(문화의 공유)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의 기능
지역사회란 사람들이 단순하게 일정한 지역에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이익을 위한 상호작용, 즉 서로의 생활과 생활, 행동과 행동을 나누면서 생활하는 공동체이다. 지역사회가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수행해야 할 여러가지 기능이 있는데 그것은 자녀의 사회화를 포함한 인간생활에 필요한 자원이 생산과 분배 그리고 그외 인간의 욕구충족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기능에 대해서 워렌(Warren,1963)은 사람들이 일정한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게 되면 자신들의 생활을 만족시키는데 필요한 사회구조와 사회적 기능(social function)을 발전시킨다고 했다. 워렌의 이론을 토대로 하여 다른 학자들의 의견을 보충해서 설명한 것이다.
생산, 분배, 소비와 기능 : 생산, 분배, 소비의 기능은 지역사회 주민들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자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과 관련된 기능을 말한다
생산(Production) : 필요한 자원을 얻고 재화를 만들어 내는 과정으로 사람들이 이를 위해 일(work)을 하도록 동기를 지워주고, 그 일을 나누어 맡아 해나가는 분업을 마련하는 것이다.
분배(distribution) : 누가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갖도록 하는가를 규정해주는 사회보장적 기능이다. 각자가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생산을 하면 그것을 나누어 가져야 일한 보람이 있기 때문이다. 생산의 분배는 현대 사회에서 사회보장제도나 세법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소비(consumption) : 인간이 욕구충족을 위해 생산분배한 재화와 용역을 소모하고 이용하는 과정이다. 인간의 물질에 대한 욕망은 단순한 육체적인 욕구충족 이상의 것으로서 사회가 조성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광고, 신용카드등이 소비를 자극한다.
사회화의 기능 : 사회화(socialization)의 기능은 사회가 향유하고 있는 일반적인 지식, 사회적 가치, 그리고 행동양태를 그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전달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사회화는 사람들이 바로 태어나면서부터 그 사회의 문화를 배우고 그 사회의 가치를 내면화시키는 과정을 뜻한다. 사람은 사회화됨으로써 비로소 사회의 성원으로 기능하게 된다. 사회화의 최초의 장은 가족이며 친구, 학교 그리고 지역사회가 된다. 이러한 사회화의 장에서 그들은 사회유산의 전승과 퍼스낼리티를 형성한다.
사회통제의 기능 : 사회통제(social control)의 기능은 지역사회가 그 구성원들에게 사회규범(social norms)에 순응하도록 행동을 규제하는 것이다. 지역사회로 하여금 사회규범의 위반을 예방하고 사회통합을 유도하기 위하여 사회규범을 집행하려는 노력이 사회통제이다. 일탈을 막고 일탈이 일어나면 그것을 제재하고 또 나아가서는 일탈자를 재사회화하는 사회적 노력이 통제라는 기제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통제의 방법에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규범의 내면화(internalization of norms)는 개인이 그 규범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규범의 내면화는 어린 시절에 가정에서 성격 지워진 도덕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사람들은 사회가 원하는 것과 규제하는 것을 자신의 도덕성에 기초하여 대부분 규범에 따른다.
둘째, 비공식(informal) 사회통제는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서 법이나 제도로서 다스리지 않고 사적으로 규제하는 것을 비공식적 사회통제라고 말할 수 있다.
셋째, 공식적(formal) 사회통제는 이질적이고 복잡한 사회일수록 친숙한 인간관계나 연대의식이 부족하고 이기주의화 되기 때문에 자연히 공식적 통제가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구체적인 행위로서 국가는 법을 제정하여 범법자에 대해서 권위로서 다스리게 된다. 이같은 공식적 사회통제의 접근은 두 가지가 있는데, 그 하나는 일탈자를 고립시키거나 처벌함으로서 사회를 그로부터 보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탈자를 재사회화 내지 갱생시켜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이다. 후자는 사회사업적 접근방법으로서 교정사업이라고 한다.
사회통합의 기능 : 사회통합(social integration)의 기능은 사회체계를 구성하는 사회단위조직들간의 관계와 관련된 기능을 말한다. 특정제도의 구성원이나 전사회체계의 구성원들은 상호간에 충성하여야 하며, 사회체계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결속력(solidarity)과 사기(morale)를 갖지 않으면 안된다. 사회통제의 기능이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 사회의 규범에 순응하게 하는 것이라면, 사회통합은 어떤 법이 강제로 행해지거나 누가 끌고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주민들이 스스로 법을 준수하고, 관습과 문화를 존중하며, 평등한 위치에서 지역사회를 위하여 기꺼이 참여하는 것이다.
워렌은 사회통합이라는 용어 대신 사회참여(social participation)란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는 지역사회가 제공하는 제반활동에 그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가장 대표적인 제도로 종교제도를 들고 있다. 그러나 다른 사회적 기능에서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통합에 필요한 사회적 가치와 규범을 만들어 내는 사회조직으로서는 가정, 학교, 사회단체 등을 들 수 있다. 사회통합의 과정에서 성원들이 기꺼이 이에 헌신할 수 있도록 사기를 북돋아주고, 문화의 유형을 유지, 존속시킬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긴장을 관리함으로서 또한 사회적 통합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상호부조 : 상호부조(mutual support)는 지금까지 살펴본 주요 사회제도에 의해서 사회구성원들이 자기들의 욕구를 충족할 수 없는 경우에 필요하게 되는 사회적 기능을 말한다. 개인과 가정은 누구나 질병, 사망, 실업, 사고 등의 개인적인 차원에서, 또 경제적, 사회적 제도가 부적절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